후원자님 안녕하세요, 땡스기브 대표 송수민입니다. 단체의 12살 생일을 맞아 후원자님께 새로운 소식 한 가지 공유해 드리고자 편지드려요. 2011년 4월 29일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법인설립허가증을 받았으니 오늘, 2023년 4월 28일은 땡스기브가 12년을 꼭 채운 날 입니다. 그동안 후원자로서, 동역자로서 함께 이 길을 걸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2년 전 이맘때쯤, 단체의 본부 사무실을 서울 서초구에서 인천 계양구로 옮기게 되었는데요, 당시에는 자세한 사정을 말씀드리지 못했지만 코로나 여파로 단체가 해체 직전까지 가는 위기를 겪었습니다. 감사하게도 한 선교회의 도움으로 지금 공간을 임대료 없이 2년 넘게 사용하면서 위기를 기회 삼아 새로운 사업들을 꿈꿀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사업을 꿈꾸고 있다는 이야기는 단순한 희망을 표현하는 말이 아니라 아주 구체적인 현실입니다. 말씀드린 구체적 현실을 실현하기 위해 5월 말까지 2,000만 원의 일시 후원금과 월 200만 원의 정기 후원금을 모아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는데요, 이 일을 후원자님께 상세히 공유드리고 일시 후원과 정기 후원(증액 후원)으로 참여를 부탁드리고자 편지를 드립니다. 어떤 일을 준비하길래 후원금이 필요한지 궁금하실 것 같은데, 조금만 시간을 내주셔서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그동안 저희는 아동청소년을 위한 작은도서관을 건립하고 그 공간 안에서 읽고, 생각하고, 말하고, 쓰는 활동이 중심이 된 다양한 사업을 펼쳐왔습니다. 경제적 환경, 문화적 배경과 관계없이 많은 아동청소년이 시대의 가치에 갇히지 않고, 자신의 삶을 긍정하고 주체적으로 그들의 인생을 꾸려나가길 바라는 마음에서였습니다. 하지만 ‘작은도서관‘이라는 타이틀이 상징하는 이미지로는 저희가 꿈꾸는 일들을 펼치기에 많은 제약이 있었습니다. 운영적인 면에서는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없었고, 공공도서관에 비해 장서가 많지도 않고 학원과 비교했을 때 단기간에 시험성적을 향상시키는 수업을 제공하는 게 아니었기에 ‘작은도서관’이 과연 무엇을 하는 공간인지 포지션을 설정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저희의 경쟁상대가 공공도서관과 학원인지 깊이 고심했습니다. 결론은 우리가 경쟁해야 하는 대상은 공공도서관도, 학원도 아닌, 아동청소년이 누리는 문화 영역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하는 게임과 콘텐츠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저희가 게임과 콘텐츠를 부정적으로만 바라본다는 말씀이 아닙니다. 아동청소년이 게임을 할 때 경험하는 재미와는 결이 다른 재미를, 콘텐츠를 경험하면서 느끼는 흥미와는 또 다른 흥미를 저희가 운영하는 공간에서 생생하게 경험하고 만족하기를 바란다는 의미입니다.
너무 이상적이라는 생각이 드시나요? 결코 이상적이지 않습니다. 아시다시피 아동청소년이 누릴 수 있는 문화라는 게 한정적이고, 과도한 입시 경쟁 문화 아래 초등학생의 입에서 집밖보다 집안이 무섭다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얼마 전에는 『시간 가게』라는 청소년 소설을 읽고 초등학생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행복한 기억을 팔아서 시간을 살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한 친구가 ‘게임을 한 기억이 가장 행복하기 때문에 게임을 한 기억을 팔고 시간을 사서 또 게임을 하고 기억을 팔고 하는 일을 반복하겠다’라고 답한 일이 있었습니다. 참 안타까운 대답이지요.
지금까지 저희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공공도서관, 복지관, 사립작은도서관 등의 공간에서 아동청소년을 만나왔습니다. 아동청소년 입장에서 읽고, 생각하고, 말하고, 쓰는 행위가 처음부터 유쾌하고 즐거운 경험이 아니지만, 인도자와의 신뢰 관계를 형성하고, 텍스트가 담고 있는 의미와 가치를 발견해 가면서 콘텍스트를 이해하게 되고, 이해된 텍스트와 콘텍스트가 자신의 말과 글로 표현될 때 스스로 만족하던 그 표정들을 결코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더욱 생생하게 이 활동들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을 꿈꾸게 되었습니다. 함께 영화를 보고 영화 속에 담긴 감독의 의도와 시대 가치관을 분별하고, 영감을 받은 내용을 음악과 사진, 만들기로 표현하고, 환대를 받는 공간에서 편히 머물며 책을 읽고 쉼을 누릴 수 있는 아동청소년을 위한 공간이 절실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저희가 직접 운영하는 공간이 없었기 때문에 꿈꾸는 공간을 직접 운영하면서 앞으로 세워지게 될 새로운 공간들에도 좋은 선례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지금 사무실과 같은 층에 있는 스터디카페가 문을 닫으려고 공간을 내놓았다는 소식을 듣게 됐습니다. 공간을 매입할 수 있는 재정은 없었기에 월세를 문의하려고 소유주와 만나 저희의 계획을 말씀드렸는데, 놀랍게도 그런 공간을 만들 계획이라면 공간을 매입하라면서 매매 금액을 1억 원 할인해 주시겠다고 했습니다. 너무나 놀라운 제안이었지만 단체의 재정상 당장에 목돈을 마련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기에 후원자가 나타난다면 매입을 하고 그렇지 않다면 포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감사하게도 두 분의 후원자가 공간을 매입할 수 있는 80%의 금액을 후원해 주셨고 부족한 금액은 대표자 개인 대출로 채워 공간을 매입할 수 있었습니다.
생각하지도 못했던 공간을 매입하고 보니 이 공간을 꾸미기 위한 리모델링 비용이 부족했습니다. 현재 리모델링 비용 5,000만 원을 책정했고 3,000만 원의 재정은 또 다른 거액 후원자의 도움으로 확보된 상황입니다. 나머지 리모델링 비용 2,000만 원과 건물관리비 및 운영비 월 200만 원은 단체를 후원하고 계신 173명의 후원자와 예비 후원자분들께 도움을 받아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 의미 있겠다고 판단해 현재의 상황을 공유드리게 됐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던 바와 같이, 이번에 새롭게 매입한 공간은 본부를 위한 공간만이 아니라 좋은 선례가 되어 전국적으로 하나둘 생겨나길 희망하면서 만드는 공간입니다. |